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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³⁶⁵ = 37.8/가지런한 마음

자기 계발서를 싫어하던 사람이 직장인이 되면

by 봄vom 2021. 5. 31.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자기 계발서를 싫어했다.

지독히도 싫어해서, 자기 계발서를 SNS에 올리는 사람들을 보며 내심 사회가 만든 건전함의 틀에 자신을 욱여넣고 '노오력하면 된다'는 말을 믿는 나이브한 사람들이라고 얕보았다. 그렇다고 그만큼 무언가를 열렬히 추구했느냐? 딱히 그것도 아니었다. 전공이 인문학이어도 딱히 교양을 쌓지는 않았으며, 예술을 재밌어해도 딱히 조예가 깊지는 않았다. 그저 '그런다고 뭐가 되겠느냐'는 말을 꺼내는 게 세상을 잘 아는 똘똘함인줄로만 알았다. 단적으로 말해 지금은 내가 제일 싫어하는, 회의감에 절여져 만사에 초치는 사람이었다는 뜻이다.

이렇게 과거형으로 적는다고 지금 내가 미라클 모닝 실천중인 자기 계발 광인이라는 뜻은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일상을 아주 작은 단위로 쪼개어 어떻게 운용할지를 생각하게 되었다. 이전에는 이마저도 안 하며 무조건 기한이 가까워져 오는 걸 닥치는 대로 대충 얼버무려왔기에 크나큰 진보라고 생각한다. 어쨌든 반성과 변명이 얼룩덜룩한 글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자기계발서를 싫어하던 사람이 직장인이 되고 보니
생산성/시간관리를 추구할 수밖에 없다!

조지려 했으나 조져진 건 나였다


모든 변화는 사회초년생 때 큼직한 일정을 망친 경험에서 출발했다.

학생 때야 다소 일정에 구멍이 나도 나만 좀 힘들고 말았지만 직장인이 되고 보니 나만의 문제로 끝나는 것이 아니었다. 요령을 부리는 습관이 있었어서 취업 이전까지는 대체로 대충대충, 때때로 궁지에 몰릴 때만 에너지를 불사르며 극단적으로 살았다. 학점이 됐든 대외활동이 됐든 어떻게든 끝을 맺으니 큰 위기의식도 없었고, 고칠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끼지도 않았다. 기한이 임박하면 스트레스 받아 미리미리 했어야 한다며 후회하면서도, '어떻게든 완료'되면 반성했던 순간은 금세 머릿속에서 사라졌다. 그러나 직장인이 되어 책임의 규모가 커지니 더이상 이대로 있을 수만은 없었다. 몇 차례 매출이 요동쳤고 상황을 수습하느라 필사적으로 관련부서와 협력사의 조력을 얻느라 고달팠다. 최악의 상황은 면했지만 온전히 수습하지는 못했고 그마저도 부장님들의 협상력 덕이었지 내 실력은 아니었다. 아직 잘 모르는 신입사원이라며 크게 혼나지조차 않았는데 바로 그 지점이 나를 더 자책하게 만들었다. 이렇게 해초처럼 흘러가는 듯이 살면 안 되겠구나 싶었다. 스스로 생각해서 움직이는 삶을 동경해 해외로 취업한 것치고는 여전히 대책 없는 꽃밭 마인드가 남아 있는 듯해 마음이 괴로웠다. 절실하게 바뀌고 싶어도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라 막막했다.

이대로는 안 된다는 마음이 나를 움직였다.

어떻게 보면 이 또한 궁지에 몰려 에너지를 불사를 때와 비슷한지도 몰랐다. 어마어마한 에너지를 들여 무작정 인풋을 늘렸다. 도움이 될 것 같은 유튜브 영상, 블로그 글들을 마구잡이로 보고 읽고 들었다. 대충은 알겠는데 깊이가 부족하다 싶은 때에 시중에 널린 자기 계발서가 눈에 들어왔다. 그토록 멀리하던 자기 계발서가. 망설임은 있었지만 눈을 질끈 감고 구매하기까지는 그렇게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결국 지금까지도 종종 마음을 다잡을 겸 찾게 되는 것들 중 하나가 되었다.
*책 중에는 <아주 작은 습관의 힘>과 <완벽한 공부법>, 블로그 글 중에는 조세핀 님의<대학원생의 시간관리>에, 유튜브 영상 중에는 HANBINI님의 영상에 큰 도움을 받았다.

이 영상이 채널 전체를 관통하는 메시지를 담고있다고 생각했음

 

일견 다른 내용들로 보였으나 핵심은 같은 곳으로 수렴했다.

'지금 어떻게 하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부터가 시작이라는 점이었다. 줄줄 새고 있는 시간을 막는 것도, 그 시간을 분배하는 것도 '지금을 철저히 알고' 난 후에야 가능하다고. 그 후 거의 3년 가까이 나는 뭉텅이 시간과 자투리 시간을 파악하고, 체득하고 싶은 습관을 아주 작은 단위로 분해해 이미 내가 가진 습관 전후로 배치하며 실천을 이어나가고 있다. 때로는 일정대로 안 풀려 분한 마음이 들지만 계획을 수정하면 될 뿐이라고 생각을 전환할 수 있게 됐고, 여전히 기한에 닥쳐서야 하게 되는 일들이 있지만 전에 비해 빈도는 줄어들었다.

20년 넘게 갖고 있던 습관을 고작 몇 년으로 완전히 바꿀 수는 없을 것이다. 변화는 행동과 실천으로 궤적을 그려나가는 것과 같으니 나는 내 다짐을 빛바래지 않게 여기에 남겨두려고 한다. 그동안 수면과 운동 등 건강에 중심을 둔 습관을 만들어왔으니 이제 그 위에 공부 습관을 덧붙여볼 생각이다. 삐걱삐걱하더라도 어디로든지 갈 수 있는, 필요하다면 멈추어서 재정비를 할 수 있도록 결단할 수 있는 유연한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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