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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돋보기/해외거주 1인가구의 삶

일본 직장인의 자전거 사고 기록②응급실에서

by 봄vom 2021. 3. 4.

지난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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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직장인의 자전거사고 기록①사고 직후

2월 초, 자전거로 출근하던 중 자전거끼리 부딪쳐 사고가 났다. 당시에는 정신이 없고 혼란스러워 기록할 생각을 못 하다가, 어느 정도 해결 방향성이 보이는 단계까지 돌입하여 이제야 비망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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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먹기 전에 얼른얼른 써야겠다.

 


 

구급차를 타고 사고지점으로부터 약 20분 정도 떨어져 있는 병원으로 이동했다. 응급처치과에서 긴급 접수를 위해 신분증을 달라고 해서, 나는 재류카드와 보험증(회사에서 발급한 사회보험 카드)을 제출했다. 아무래도 외국인이다 보니 이름에 사용된 한자를 파악하는 데에 품이 드는 모양이었다.

💡TIP 1. 되도록 한자가 기재된 신분증으로 접수하자.

 

접수 후는 정신없이 사고 정황이 어땠는지, 지금 아픈 곳은 어딘지, 통증이 있다면 어떤 식으로 아픈지를 대답해야 했다. 기억하고 있는 사고 정황과 열상과 타박상을 입은 곳을 짚어 차례차례 설명하고 특히 눈 안쪽이 욱신욱신 쑤신다고 했다. 눈에 띄는 상처가 없더라도 넘어진 것이니 CT와 엑스레이(レントゲン) 촬영은 기본적으로 실시, 안과에서 시력에 문제없는지를 추가로 검사할 것이라는 설명을 들었다. 

💡TIP 2. 담당의에게 양해를 구하고 설명을 녹음하자.

나는 비즈니스 레벨의 일본어를 구사할 수 있음에도 당시에는 경황이 없어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 경험을 했는데 혹시 여력이 되면 「動転していて内容をきちんと理解できるか不安なので、録音してもいいですか?」정도로 담당의에게 허가를 구하고 녹음을 해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안정된 상태에서 다시 들을 수 있고, 잘못 이해한 부분은 없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평일 오전은 기본적으로 대기시간이 길었다. 대기하다가 이름이 불리면 가서 지시에 따라 CT 촬영을 하고, 엑스레이를 찍고, 또 대기했다. 촬영 결과만으로는 별다른 문제가 없지만, 교통사고라는 게 며칠 지나서 뼈에 금이 간다거나 다른 후유증이 나타날 수도 있으니 차후 상황을 잘 살피라는 것이었다. 병원 위치가 집에서 꽤 거리가 머니, CD에 CT 촬영본과 엑스레이 데이터를 담아준다고 했다. 혹시 나중에 아파지면 가까운 병원에 가라는 말과 함께. (나중에 영수증 보니 착실하게 +¥1,000 부과되어 있었다)

💡TIP 3. 대기시간을 이용해 핸드폰의 기본 카메라로 부상 부위의 사진을 찍어두자.

굳이 기본 카메라라고 적은 이유는 그게 더 정확한 상태의 부상 상태를 담을 수 있어서이다. 부상 부위뿐만 아니라 사후 절차를 밟는 틈틈이 사진을 찍어두면 구체적인 경위나 구체적 시간대를 파악하기 용이하다.

 

멍자국 등 타박상, 열상 부위를 찍어두었다

머리나 뼈에 문제가 없음을 확인한 후에는 안과로 이동해 또 대기했다. 간호사를 따라 이리저리 검진 방을 들락날락하다가 또 대기하고, 눈의 찢어진 상처를 이리저리 헤집으며 시력검사를 했다가 또 대기하고, 초점이 맞는지를 추가로 검사하다가 또 대기했다. 적어도 소독과 응급처치 정도는 해줄 줄 알았는데! 간헐적으로 피가 흐르는 상황에서 대기만 하자니 답답했다. 시력에 이상 없음을 안내받고 나서 나가려다가 '혹시 응급처치는 안 해주시나요?' 하고 물었더니 '깨끗한 물로 조심조심 씻어주시면 돼요' 하고 끝이었다. 결국 나는 병원 내 편의점에서 별도로 거즈를 사야 했다... 

 

💡TIP 4. 만약을 대비해 병원에서 진단서를 끊자.

이때 나는 정신이 없어서 바로 치료비를 결제하고 돌아갔지만, 사고 후 병원으로 이송되면 '진단서診断書'를 끊어두는 게 좋다. 진단서에는 ①사고 당일의 날짜와 ②부상 부위와 ③완치까지 얼마나 소요되는지가 적혀있어야 하며, 이름과 주소 정보가 틀리지 않았는지 그 자리에서 꼭 확인해야 한다. 나는 사고 당일 진단서 발급을 깜빡해서 후일 재방문해야 했다. 열상과 타박상의 부위가 달랐으므로 응급처치과와 안과에서 각각 1부씩 발행했는데, 1부당 ¥1,200(税別) 정도의 발급 수수료가 발생했다. 병원마다 발급 비용이 다르니 발급 시 접수창구에서 확인하는 것이 좋다. 

차후 병원을 재방문해 발급받은 진단서

※진단서는 추후 경찰에 인신사고로 처리할 시 절차에서 필요해진다.

일본에서 교통사고가 발생하면 피해자(상해를 입은 사람)는 이 교통사고를 인신사고(人身事故: 사람이 사망하거나 다친 사고)로 처리할지, 물손사고(物損事故: 물건이 훼손된 사고)로 처리할지를 해당 사고 담당 경찰에 밝혀야 한다. 전자는 가해자(상해를 입힌 사람)에게 형사상 법적 책임을 묻게 되며, 후자는 법적 책임이라기보다는 당사자 간 배상을 하도록 비교적 가벼운 처분으로 끝나게 된다. 만약 물손사고로 처리하더라도 이후 후유증이 생길 경우를 대비해 진단서 정도는 끊어 보관해두자.

 

어느 나라든 경찰이 일을 키우기 싫어하는 경향이 있는지, 피해자의 부상 정도가 가벼울 때는 은근히 물손사고로 권유하는 일도 자주 있다고 한다. 사고 정도 정황, 담당 경찰의 성향에 따라 다르지만, 각자의 상황에서 어느 쪽으로 진행하는 것이 유리할지 장단점을 따져보고 결정하는 것이 좋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에 포스팅에서 자세히 다룰 예정.

 

 

 

그 외 병원에서 든 비용과 노동재해 보험 절차 관련.

내 경우 회사에서 가입한 사회보험에 들었기 때문에 전체의 30%만 부담했는데, CT/엑스레이 촬영, 시력검사 3종, 진통제 처방 비용 포함 약¥9,800이 들었다. 구급차를 타고 병원으로 이동한 비용은 무료였다. 출동에 필요한 ¥45,000은 전액 세금으로 조달된다고 한다.

💡TIP 5. 노동재해로 처리할 것인지 여부를 검토하자.

만약 회사에서 이 사고를 노동재해労災 로 처리해줄 의향이 있고, 사고 당시 이송된 병원이 노동재해 보험労災保険을 인정하는 병원이라면 차후 치료비를 환급받을 수 있다. (나는 출근 중 사고가 난 거여서 회사와 협의해 노동재해로 진행했다) 처음부터 노재보험으로 접수했다면 원활하겠지만 사고라는 게 다 그렇듯 정신없는 것이라, 급한 것이 아니라면 우선 자기부담으로 결제하고 추후 노재보험으로 변경절차를 밟아도 무방하다. 이때 갑자기 방문한다고 바로 환급해주는 것은 당연히 아니고 병원 방문 전에 전화로 문의해서 「労災保険に切り替えたいんですけど」하면 담당자가 잘 안내해줄 것이다.

 

[응급실 이송 후 참고사항]

1. 한자가 병기된 신분증으로 접수할 것
2. 담당의에게 양해를 구하고 설명을 녹음할 것
3. 대기시간에 부상 부위 사진을 촬영해둘 것
4. 만약을 대비해 진단서를 끊을 것
5. (근무중 일어난 사고라면) 노동재해 처리할지 검토할 것

 

차회 예고:

상대방 보험회사 & 경찰과의 연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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