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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³⁶⁵ = 37.8/맑은 눈의 생활체육인

[리뷰] 반 년간 필라테스한 후기

by 봄vom 2023. 1. 20.

도전 계기

아직 포스팅하지는 못했지만 귀국 과정이 극한 상황이었던지라 생활습관도 많이 망가졌고, 몸도 마음도 너덜너덜 최악의 컨디션인 채로 한국에 돌아왔다. 체력은 바닥이요 체중은 체지방으로만 6kg가 증가한 데다가 마음은 부산스러웠다. 

난감한 와중에 우선순위를 셈해보니 부상입었던 적 있는 허리를 돌보는 게 최우선이라는 생각이 들어, 우선은 정형외과에서 검진을 받고 객관적인 상태를 파악하기로 했다. 검사 결과 상태가 심각하지는 않지만 특정 요추에 전방경사로 인한 부담이 가해지고 있어서 어찌 됐든 코어를 키워줘야 한다는 견해였다. 이 기회에 필라테스를 해볼까 고민하던 차에 때마침, 꾸준히 필라테스를 다니던 가족이 더이상 못 다닐 사정이 생겨 그걸 양도받기로 했다. 세 달 정도 해보고 마음에 들면 반 년은 지속해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목표: 주 3회, 최소 6달은 해보자


결과

2022. 6. 3. ~ 2022. 12. 15.
약 반 년동안 필라테스 꾸준히 다님

[ 필라테스 시작하기 전후 신체 변화(인바디 기준) ]

●체중 -4kg (체지방량 -4kg, 골격근량 유지)

●체지방률 -5%

→순수 체지방만 4kg감량

※병행한 운동이 많기 때문에 순수 필라테스로만 감량한 것은 아님

 

하이라이트 표시한 부분은 최고 몸무게 / 필라테스 시작한 시점  

야금야금 붙은 체지방인데 야금야금 적절한 속도로 무리 없이 감량했다!

고관절 부담 줄이려면 여기서 -5kg 더 감량해야 해서 2023년 목표도 근손실 없는 체지방 감량이다.

 

[ 필라테스 시작하기 전후 인식 변화, 깨달음 ]

- 해괴하고 낯선 필라테스 용어를 어느 정도 몸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됨

필라테스 강사 스타일에 따라 다르지만 내가 주로 듣던 수업에서는 턱 밑에 달걀 끼운다/코어를 잠근다/옆구리로 호흡을 보낸다/정수리 발사한다 등의 표현이 사용됐다. 첫날에는 뭔 소린가 했는데 몸으로 해보고 교정받다 보니 그만 둘 때 즈음에는 저런 표현들이 대충 뭘 말하는 건지 이해할 수 있게 됐다.

 

- 일상생활에서도 자세나 정렬, 몸의 균형이 무너져있지 않은지를 수시로 신경쓰게 됨

나는 주로 허리를 과신전하지 않을 것, 거북목이 되지 않을 것, 어깨가 말리지 않을 것 이 세 가지를 신경썼었다. 그러다보니 전반적으로 사람이 좀 바르고 꼿꼿해지는 인상을 받는 것 같았다. 덧붙여서 나는 다른 사람들의 자세에 대해서도 잔소리하기 시작함... ㅋㅋㅋㅋㅋㅋㅋㅋ

 

- 호흡법을 의식하게 됨

위에서 이어지는 얘기일 수도 있지만 필테 시작한 후로 생긴 변화 중 하나는 코로 들이마셔 가슴을 부풀렸다가 입으로 깊게 내쉬며 쥐어짜는 흉곽 호흡법을 의식하게 된다는 점이다. 특히 다른 운동(헬스 등)을 할 때에도 호흡을 언제 들이쉬고 언제 내쉬어야 하는지, 언제 목과 귀를 멀리 떨어뜨리는지, 허리를 잠그고 복압을 유지하는지 조금 더 근본적으로 체득하게 됐다. 몸의 움직임에 대한 이해가 깊어졌음. 

 

- 내 몸의 현재 상태를 객관적으로 마주하게 됨

필테샘이 주로 지적하거나 고쳐주는 자세, 다른 사람들은 곧잘 하는데 나만 균형을 잡기 힘들다거나 힘이 들어가지 않는 부위 등 평소 체감할 수 없었던 내 기능적 결함을 몸소 느끼게 된다. 나는 부상 때문에 어느 정도 허리 근처 근육이 뭉쳐있음을 인지하긴 했었지만, 필라테스를 하며 조금 더 구체적으로 내 상태를 알게 됐다.

나는 장요근이 짧으며 기립근이 긴장되어있는 요추 전반경사뿐만 아니라, 흉곽은 위쪽으로 들려있는 데다가 허벅지와 종아리로 걷는 습관으로 골반 정렬이 무너진 사람이었다........ 

 

- 신체적 불편함을 개선할 수 있는 보조 스트레칭이나 근력운동을 익히게 됨

시퀀스 중에서 특히 시원한 동작이 있을 때, 반대로 너무 아파서 엄두도 안 나는 부위가 있을 때 나는 집에서 물리치료사의 유튜브 채널을 찾아보곤 했다. 통증을 경감시켜주거나 뭉친 근육을 풀어주는 스트레칭 동작을 발견하면 그걸 익혀서 수시로 몸을 풀어주게 됐다. 근력운동의 성격이 강한 종류를 포함하고 있어서인지 나는 헬스장에서도 어느 정도 스스로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강도/조합 메뉴를 짤 수 있게 됐다.

 

총평

 

필라테스는 흔히 대표되는 이미지('예뻐지기 위한', '우아한')와는 달리, 정말 치열하고도 얼얼한 운동이다. 만약 근육을 수축하는 계열의 근력운동을 한다면 필라테스처럼 근육을 길게 늘이고 뻗는 동작이 주가 되는 운동을 같이 할 때 몸의 밸런스가 정돈될 것이다.

체중 감량/다이어트 효과는 미미하지만(유무산소 복합 근력운동이 제일 효율적인 감량법이라고 믿는다) 필라테스는 그보다 근본적인 자아효능감, 내 신체를 내가 통제한다는 감각이 정서적인 부분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갖고 있다고 느꼈다.

 

p.s 필라테스는 상호합의하에 진행되는 건강한 고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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