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계기
클라이밍이 올림픽 종목으로 채택되기 전인 2017년경, 아직 일본에 있을 때 가볍게 몇 번(5회 미만) 찍먹해본 게 다인데, 2020년 즈음부터 희한하게도 주변에서 클라이밍을 시작했다는 친구들이 많았다. 막연히 다시 해보면 재밌겠다 생각하던 차에 귀국하고 만난 친구와 충동적으로 암장에 갔던 것을 계기로 다시 불타오르게 되는데...
이전엔 리드 클라이밍을 해봤다면, 귀국 후에는 한국 암장의 주를 차지하는 볼더링에 재미가 붙었다.
목표: 즐겁게 안전하게 벽을 타보자!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지 않은 이유는 순전히 재미가 컸기 때문)
결과
신체상의 변화를 적기에는 같은 시기에 병행한 운동이 많아 이전 포스팅으로 대체하고
[리뷰] 반 년간 필라테스한 후기
도전 계기 아직 포스팅하지는 못했지만 귀국 과정이 극한 상황이었던지라 생활습관도 많이 망가졌고, 몸도 마음도 너덜너덜 최악의 컨디션인 채로 한국에 돌아왔다. 체력은 바닥이요 체중은 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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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이밍을 시작한 이후에 생긴 마인드에 대해 조금 얘기해볼까 한다.
[ 클라이밍 시작하기 전후 인식 변화, 깨달음 ]
- 주변과 함께 즐기는 스포츠라는 점
(일본에서 리드 클라이밍을 찍먹해봤을 때의 막연한 이미지로) 클라이밍이란 고독하게 혼자 벽타는 이미지를 상상했었는데, 체감상 5명 전후의 소규모 크루로 방문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전반적인 분위기로는 (요청하기만 한다면) 조언을 아낌없이 받을 수 있고, 등반 중에 '집중!' '나이스~!' 외쳐주거나 실패에도 격려해주는 문화가 참 따뜻하다고 생각했다. 다른 사람들은 애초에 클라이밍을 인싸 스포츠로 인식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해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 집중력과 성취감을 얻을 수 있다는 점
클라이밍은 완등 여부가 가시적이기 때문에 전후 변화가 눈에 보이지 않거나 감각에 의존해야 해서 발견이 더딘 다른 스포츠에 비하면 단기간에 성취감을 얻기 좋다고 느꼈다. 루트파인딩하며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해보며 집중하는 단계가 필요하다 보니, 단시간에 빠르게 집중 모드에 들어갈 수 있도록 스위치 전환이 수월해진 기분이 든다.
- 분석/회고하는 습관이 생긴다는 점
등반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담는 문화가 있다보니, 완등에 실패했을 때 그 원인을 분석하기 위해 자연스럽게 회고하는 습관이 생긴다. 나와 같은 문제를 풀거나, 신체 조건이 비슷한 다른 클라이머의 등반 과정을 분석하는 것도 많은 도움이 돼서, '나라면 저 움직임 중 어떤 부분을 내 것으로 삼을까'를 떠올릴 수 있게 됐다. 여러 레퍼런스를 참고하고 내 등반 과정을 숙고해가며 하나하나 막힌 지점을 돌파하는 점은 아주 흥미롭고 짜릿하다.
- 다양한 방식을 시도하며 사고방식이 유연해진다는 점
클라이밍은 완등이라는 목표 지점은 같더라도 신체 조건과 체력, 선호하는 기술에 따라서는 그 루트가 사람마다 천차만별이다. 같은 문제라도 조금 더 효율적으로 힘을 아껴가며 등반할 수 있도록 여러 방식으로 접근해보는 과정을 겪게 되는데, 경험이 쌓이는 만큼 사고방식도 조금씩 더 유연해지는 것 같다.
- 회복탄력성이 생긴다는 점
나는 완등할 리 없는 문제의 스타팅 홀드라도 한 번 만져보고, 발이라도 한 번 걸어보고, 매달려보기라도 하면서 '모든 단계의 난이도를 클리어해야 다음으로 넘어갈 수 있다'라는 내면의 완벽주의 내지는 강박을 버리게 됐다. 게다가 클라이밍 저난이도에서는 힘클(근력을 써서 오르는 것)로 시작하더라도 일정 난이도(더클 기준 초록~하늘색)부터는 기술을 익혀야 완등할 수 있는 문제들이 많아서, 체감상 시도하고 실패하는 횟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실패에서 오는 좌절감보다는 '그래서 어떻게 할지'를 생각하게 된다는 점에서 회복탄력성이 생긴다고 느꼈다.
- 클라이밍을 잘 하기 위한 다른 보조운동이 재미있어진다는 점
가장 중요한 점을 잊고 있었는데, 클라이밍을 시작한 후로 클라이밍을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지 자주 생각하게 됐다. '체지방을 조금 더 줄이면 몸이 가벼워져서 더 오래 버티겠지?' 하는 생각에 수영을 시작했다가 의외로 수영이 클라이밍과 합이 좋다는 얘기에 수영이 더 좋아지는 일도 있었다. (클라이밍이 팔을 당기는 동작 위주이니, 수영이나 필라테스처럼 팔을 쭉 밀고 뻗어주는 동작을 해주면 밸런스 잡기 좋다는 얘기였음) 그 외에도 근력운동 중 지루해하던 등운동이나 팔운동도 클라이밍을 더 잘하게 될 것 같다는 기대에 꾸준히 하게 됐다.
클라이밍만으로 드라마틱한 감량이나 근성장을 한다기보다, 클라이밍을 즐기고 다음 클라이밍까지 보조운동을 해보는 모든 과정이 차근차근 감량과 근성장을 향해 이어져있다고 할 수 있겠다.
총평
클라이밍은 내면의 마인드셋과 피지컬과 스킬을 갈고닦을 수 있는 데다가 재미까지 있는 스포츠고, 솔클/팀클 어느 쪽을 선호하는지에 상관 없이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취미가 될 수 있다. (누군가와 교류하는 것이 귀찮거나 신경쓰고 싶지 않을 때는 묵묵히 혼자 등반하는 분들도 계시기 때문...) 다만 찰과상이나 골절 등 부상의 위험이 있기 때문에 안전에는 꼭 신경을 쓰기를 추천한다. 초크와 암벽화를 구매한다면 생각보다 초기비용이 크게 들지도 않고, 뿌듯함과 성취감을 더 많이 느끼니 사실상 얻어가는 것이 더 크지 않나 싶다.
p.s. 나는 개인 기록용으로 영상을 찍어두는데, 나를 불타오르게 한 문제들은 가볍게 편집해서 아카이빙 계정에 올려두곤 한다. 의외로 몇 달만 지나도 성장을 느낄 수 있어서 재미가 있다. 특히 나는 강습 없이 반 년을 입문단계에 머물러 있다가 최근에서야 초록~하늘색 단계를 깨기 시작해 계단식 성장을 체감했다. 이 타이밍에 한 번 후기글을 써보고 싶어 느낀바를 정리해본다.
'1.01³⁶⁵ = 37.8 > 맑은 눈의 생활체육인'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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