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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움과 유쾌함의 가치

번아웃 시대의 취미란(feat. 입문자를 위한 우쿨렐레 Q&A)

by 봄vom 2021. 5. 13.


들어가며:

무엇에도 금세 질리는 내가 우쿨렐레를 지속하고 있다! 심지어 아주 즐겁게! 그런 스스로가 놀랍고 기특해 오랜만에 글을 남긴다.

 



즐겁게 지속하고 있다고는 했지만 물론 두 달 내내 즐겁지는 않았다. 의무적으로 연습해야 한다는 생각에 고통스러웠던 시기가 잠시간 있었어서. 원인은 명확했다. 루틴 만들겠다고 챌린저스로 온갖 습관을 다 인증하는 상황을 만드니 최악의 선택이었던 것이다. 처음에야 더 다양한 곡을 멋들어진 코드로 소화하려면 연습을 하자는 의도였지만, 결과적으로는 전혀 연습이 즐겁지 않았다. 취미를 숙제처럼 접근하고 있는데 즐거울 리가 없었다. 

 

직장인에게 취미란 일과 일상이 분리되어있음을 체감하게 하는 중요한 요소다. 우리는 번아웃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문화권에서, 회복과 악화를 넘나들기 너무나도 쉬운 시대를 살아가고 있기에 더더욱 취미가 중요하다. 사람이 늘 전속력으로 달릴 수는 없다. 속도를 늦추든, 잠깐 멈추어 수분을 섭취하든, 스트레칭을 하든, 어떻게든 완급조절이 필요하다. 나는 취미가 일상 속에서 그 완급조절에 도움을 준다고 강하게 믿는다. 이 맥락에서, 나는 내 숨통을 풀어주어야 할 지점에 오히려 꽉 조른 셈이다.

 

멋쟁이 우쿨렐레


어쨌든 이것저것 시도하는 과정에서 잠시간이나마 고통스러웠을지라도 시도 자체가 무의미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이런 과정을 거쳐야 나에게 맞는 빈도와 연습 시간을 찾아가는 것 아니겠는가. 평일 저녁에 30분씩 의무적으로 연습할 때보다 주에 두어번, 하루 두세 시간씩 푹 빠져 우쿨렐레 자체를 탐색할 때가 더 만족스럽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입문자를 위한 우쿨렐레 Q&A

그러고 보니 우쿨렐레 관련 검색어로 블로그에 유입되는 경우가 많았다. 검색어만으로도 방문자가 무엇을 궁금해했는지 알 것 같아서 재미있었다. 이 글 자체는 취미에 대한 글이지만 이왕 우쿨렐레를 언급한 김에 내 경험을 좀 덧붙여보려고 한다. 

 

Q. 우쿨렐레도 굳은살이 생기나? 

A. 생긴다.

나도 기타와 달리 나일론 줄이니 굳은살도 안 생기는 것 아닌가 싶어 우쿨렐레를 얕보았었다! 그러나 연습 시작하고 정확히 나흘 째부터 굳은살이 잡히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하루 평균 두세 시간 정도 연습했었으니 대충 연습시간이 10시간 넘어간 단계에서 생긴 것으로 생각중이다. 손가락 끝이 빨갛게 화끈거리다가, 얕은 물집(안 터짐)이 잡혔다가, 그대로 얇고 단단한 굳은살이 생겼다.

 

Q. 기타보다 쉽나?

A. 쉽다.

이건 개인차가 있겠지만 나는 1) 악기 사이즈 및 무게 2) 코드의 단순성 두 가지 측면에서 좀 더 연주 및 관리가 수월하다고 느꼈다. 우선 우쿨렐레는 악기 몸집이 작고 플랫 사이 또한 기타보다 좁기에 코드를 잡을 때 손가락을 벌려야 하는 부담이 덜했다(참고로 나는 손목에서 중지 끝까지 약 16cm 정도로 손이 작은 편에 속하기 때문에 예전에 기타를 연습할 때는 손가락으로 기예를 해야 했다). 또, 현이 여섯 줄인 기타에 비해 우쿨렐레는 네 줄이기 때문에 코드 또한 훨씬 간략화할 수 있어 암기하기가 쉬웠다. 이 부분은 소리가 기타에 비해 덜 풍부하다는 단점이 되기도 한다.

 

Q. 우쿨렐레 악보가 없는 곡은 어떻게 연주하나?

A. 코드만 있다면 뭐든지 연주 가능하다.

이 검색어로 유입하는 사람들이 많았던지라 아예 이렇게 적기로 함

 

~ 악보 없는 노래 우쿨렐레로 연주하는 법 ~

많은 사람들이 우쿨렐레로 연습하는 곡이라면 다행이지만, 그게 아닐 경우에는 다른 악기 코드나 악보를 참고한다. 예를 들어, 인터넷 밈으로 쓰이는 '비호감송 우쿨렐레 악보'를 처음부터 찾으려 하면 확률이 너무 낮아지니 이렇게 찾아본다.

 

[ 검색어: 비호감송 코드 ]

대단히 운이 좋은 경우!

검색 결과 페이지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아래쪽 웹사이트 본문 미리보기에서 발견한 A, D, G 코드를 먼저 확인할 수 있으니 다행이고, 좀 더 자세한 유튜브 영상과 교차로 검증하면 더 마음에 드는 코드 진행을 찾을 수 있다. 영상에서는 D, Bm7, Em, A를 말하고 있으니 우쿨렐레 운지법을 참고해 코드를 잡아 연주해본다. 조금 더 마음에 드는 진행이 나오면 코드만이라도 기록을 남겨두는 것이 좋다. 참고로 나는 후렴구에서는 Em 대신 G 코드가 더 마음에 들어 G를 잡기로 했다.

실제로 나는 연주하고 싶은 곡이 있으면 악기에 상관 없이 우선 코드부터 찾아낸다. 우쿨렐레 운지법을 참조하며 연습하다가, 좀 더 완성도를 높여 연주하고 싶은 경우에는 아예 코드와 운지법을 엑셀로 작성해 나만의 악보를 만들어 저장해둔다. 같은 맥락으로 스트럼, 핑거링, 퍼커시브 등 연주 기법은 기타 강좌를 참고한다.

 

Q. 살까 말까 망설이고 있는데 우쿨렐레 안 치게 되면 어떡하나?

A. 그건 안 치게 될 때 걱정하고 일단 연주부터 해보라.

벌써부터 걱정하지 말고 일단 빌리든지 중고로 구매해서라도 연주해보자. (나처럼) 의외로 잘 맞는다고 느끼면 새로운 취미가 생기니 좋고, 만약 잘 안 맞았다면 주변에 팔거나 당*마켓 등에 다시 팔 수도 있을 것이다. 중고시장이 점점 커지고있다고 하니 걱정하지 말고 일단은 해보자. 즐거움을 느낄 가능성을 제한하지 말고 일단은 일상에 들여보자. 스스로가 어떤 걸 좋아하는지 잘 알아두자. 정신건강에 참 이롭다.

 


마치며:

우쿨렐레 하십시오. 해외거주 일인가구 독신여성의 시선으로 접근한다면 나는 우쿨렐레를 모두의 반려악기로 추천할 것이다. 기타보다 훨씬 작은 사이즈에 가볍기까지 해서 공간을 덜 차지하는 데다가, 이사 혹은 귀국을 생각하더라도 부담이 적고, 언제든지 어디로든지 갖고 갈 수 있다. 기타 줄과 달리 녹이 슬지도 않으니 관리하기도 얼마나 쾌적한지~!

 

직장생활과는 다른 영역에서 성취감을 느끼는 점도 추천할 만한 요소다. 유튜브 연주 영상 찾아보고, 코드 연습하고, 내 나름대로 악보를 다듬어가며 내 것으로 만드는 과정이 (음악을 업으로 하지 않는ㅋㅋㅋ) 사람들을 잠시나마 한시름 놓도록 도와줄 것이다. 

 

우쿨렐레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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